예순의 청년이 그린 미래
금성볼트공업(주)
최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Tesla일 것이다. 영화 ‘아이언 맨’의 모티브인 엘론 머스크가 창립한 Tesla 자동차는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의 전기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내연기관을 모두 모터와 배터리로 대체한 전기자동차는 대용량의 배터리 탑재를 위해 단 1kg이라도 줄여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전기 자동차라는 작품을 이루는 수십 만 가지의 부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볼트와 너트는 자동차의 온간 관절을 이루는 중요한 부품이다.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브랜드 Tesla에 공급되는 주요 부품의 볼트와 너트는 부산의 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금성볼트공업(주)가 그 주인공이다.
40여 년 전 자전거 한 대로 시작하여 어느덧 매출 200억 원을 눈 앞에 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속품의 크기가 작은 볼트 산업에서의 200억 매출은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의 인생을 바쳐 회사를 일궈온 김선오 대표의 발자취를 통해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기업가정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계공업의 꽃, 볼트
금성볼트공업(주)는 40여 년 간 방산, 항공용, 원자력, 산업용 볼트와 너트를 생산해온 볼트 전문 기업이다.
볼트의 종류는 그 쓰임새만큼이나 다양하다. 현재 시판되는 볼트는 크기나 모양에 따라 3,000여 가지 종류로 나뉜다.그 중 600여 가지의 볼트와 너트를 생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HEX BOLT라 불리는 육각 볼트다. 기계산업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널리 쓰이며 종류에 따라 수 백까지 형태를 가진다.
오늘날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품 또한, 단연 볼트와 너트다.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쓰임새 또한 무궁무진하다. 일반 D세그먼트 중형 세단을 기준으로 자동차 한 대에 사용되는 볼트의 수는 3만 여 개, 이와 결합되는 너트 수까지 합치면 차량 한 대에 최소 6만 개의 볼트와 너트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많은 볼트와 너트를 개 당 5g의 무게만 줄인다 해도 차량 한 대 당 300kg이라는 엄청난 무게 감량이 가능한 것이다.
더 다양한 고품질의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활동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일례로 창원 소재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주)센트랄그룹과 공동으로 연구하여 새로운 형태의 볼스터드 볼트와 너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볼트와 너트가 금속성분으로 제작되어 다소 무거웠던 반면,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볼트와 너트는 대나무처럼 속이 비어있어 기존 볼트 대비 상당히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또, 속이 빈 구조에서 오는 강도 열화를 보완하기 위해 합금 소재의 특수강을 사용하여 기존 볼트와 너트보다도 높은 강도를 가진 뛰어난 품질의 볼트와 너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신기술 때문에 이 볼트와 너트는 기존 제품 대비 30% 이상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게 감량에서 오는 효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Tesla를 비롯한 GM, Ford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부품으로 납품되고 있다.
볼트 시장 규모와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세상의 모든 기계가 사라지기 전까지 볼트와 너트는 기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한국파스너(fastener)협동조합이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볼트 제조사는 약 70여 곳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파스너협동조합의 부산, 경남 지부 이사로 활동 중에 있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한 시장이 바로 볼트 산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최근 20% 이상의 연 매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김선오 대표만이 가진 경영철학에 대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부산 사상,전주 등지에 이어 화전 산단 내에 2,200평 규모의 제 4 사업장을 준공하였으며, 자동차 조향 장치 등에 사용되는 부품을 개발, 생산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변한 건 나이뿐
금성볼트공업(주)의 저력은 김선오 대표의 경영철학에서 시작된다. 24세의 나이에 처음 회사를 창립한 김 대표는 40여 년의 세월을 회사와 함께하면서도 변한 건 나이뿐이라고 말했다. 22세라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김 대표는 이 치열한 세상으로부터 가족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책임감 하나로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4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의 마음은 처음 회사를 만든 그 날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는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가벼운 운동과 목욕으로 마음을 깨끗이 한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아침 회사에 도착해 회사 이곳 저곳을 돌아보면서 직원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어느 직원보다도 빠른 사장님의 출근에 직원들은 이미 익숙한 듯 하나 둘 출근을 시작하고 사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체조를 마친 이후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일과가 시작된 후에도 김 대표는 하루에 네 차례나 회사를 돌면서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김 대표의 모습에 직원들도 하나 같이 ‘참 한결같은 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청년은 대한민국의 미래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김선오 대표는 새로운 곳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사회활동이다. 기업은 수익을 내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회에 대한 환원 활동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김 대표는 일찍이 깨달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대표의 이력에는 정부와 각종 사회 단체로부터 받은 200여 개가 넘는 감사패와 공로상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017년 7월에는 부산중소기업인대상을 수상하면서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두 번의 국민훈장을 받는 등 기업이 사회에 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김 대표는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나, 김 대표는 (사)한국청년회의소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청년들의 역할과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에도 청년회의소 부산지역 조찬 모임을 직접 챙기면서 청년들의 고충과 장래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변치 않는 마음을 강조한다.
40년 전 김 대표가 회사를 창업할 당시 가졌던 초심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마음에 품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청년 세대의 변치 않는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그는 지금도 1년에 100일 이상을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청년들에게 ‘무엇이든 끝을 보라’고 조언한다.
또, 김 대표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좀 더 과학과 기술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의 청년 세대들은 흔히 말하는 ‘YOLO’라는 명분 하에 힘든 일, 어려운 일보다는 편안하고 즐거운 일에만 몰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그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생이란 조금 멀고 험한 길이라도 내가 속한 사회와 나의 후세에게 좀 더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물려줄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부모 세대가 자녀 교육에 대해 좀 더 거시적이고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2017 부산중소기업인대상 시상식>
만족이 곧 성과로 나타난다
김선오 대표는 끊임없는 노력과 개발정신으로 일궈온 회사가 이 시대의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일터로 탈바꿈 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회상한다. 30여 년 전, 주5일제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토요일 오전 근무제를 실시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직원들의 생일과 각종 경조사를 챙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나 회사가 안정 궤도에 올라서고 난 이후로는 경조금, 자녀 학자금, 장기근속 포상금 등 동일 산업군이나 회사 규모에 비해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만족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지난 창립 30주년 기념일에는 전 직원들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다. 이번 40주년 기념일에는 회사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견고하게 성장한 만큼 더 큰 선물을 준비 중이라며, 김 대표는 기쁨과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직원들이 편안하게 회사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위해서는 회사뿐만 아니라 산단,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위치한 화전 산단 또한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적으로, 지하철과 철도 등의 대중 교통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아직 직원들이나 물류 이동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김 대표는 기원하고 있다.
청년, 길 위에 서다
예순의 나이를 훌쩍 넘긴 김선오 대표의 모습에서는 젊은 시절의 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늘날의 청년 세대들을 위해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를 통해서, 24세의 김선오 대표가 걷고자 했던 길이 어디로 향했던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며, 오늘날의 그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왔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2017년의 대한민국은 온갖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갈등 중에 하나가 바로 세대 간의 갈등이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 또한 점점 식어 감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실정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낭만적인 이야기로 청년들에게 설교하기에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세대 간의 갈등을 식히고 서로 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누군가는 인생은 고달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대의 어른들의 역할은 고달픈 인생 속에서 청년들이 인생의 참된 행복과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금성볼트공업(주)을 창업하고 40년 간 이끌어온 김선오 대표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그가 그려온 성공적인 인생의 지도를 통해 조국의 미래 청년의 책임감과 희망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