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의 표본, 남경설비
건설업은 고객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거주할 수 있는 건축물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며, 발주형태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자체사업, 지주 공동사업, 재건축/재개발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리모델링 사업, 공공수주사업 등 다양한 사업유형으로 구분된다. 또한, 계획단계에서부터 주거문화의 모든 부분을 고려하여 시공되고,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며 고객 니즈 만족을 위해 최신 기술이 빠르게 반영되는 특성이 있으며, IT, 친환경기술 접목 등 타 산업 연관성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큰 산업이다. 그중 기계설비 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부산광역시 연제구에 위치한 남경설비는 부산의 대표적인 기계설비 기업이다. 크지 않은 본사 사무실 에서 관리하는 부산 시내 건설 현장의 규모는 내로라하는 기계설비 업체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크다.
1992년 자본금 5천만 원과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남경설비는 현재 2016년 기준 매출액 360억 원의 건실한 기계설비 전문업체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남경설비가 있기까지 큰 위기를 몇 차례 거쳤다. 바로 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경제위 기다. 이때 회사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특히 98년 외환위기 당시 남경설비는 10억 원의 거래처 부도를 맞았다. 그때 남경설비의 한 해 매출액이 약 30억 원이었으니, 매출의 3분의 1 정도의 금액을 부도 맞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회사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남경설비는 그나마 수월하게 난관을 돌파했다. 이원득 대표의 안정적인 경영으로 차입금이 거의 없었고, 사업 수익도 회사에 차곡차곡 쌓아두어 내실 있는 자금 운용을 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끝난 후 남경설비는 재도약의 발판을 딛고 우뚝 설 수 있었다. 업계의 부실한 기업들이 정리되면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한 내실 있는 회사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회사의 입지는 점점 높아져 대기업과의 계약도 늘었다. 그리고 이 대표는 2003년부터 서울에 진출하기로 결심한다. 이전에는 부산에 있는 기업들 위주로 계약을 했지만, 하도급 구조인 기계설비업에서 거래처를 다양화하는 것이 회사가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명한 판단 덕분에 5년 전 쌍용건설이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도 피해를 보긴 했지만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결국, 매출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한 이 대표의 경영 전략으로 거래처를 다양화한 남경설비가 건실한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신뢰’, ‘신용’은 남경설비의 으뜸가는 가치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을 물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신뢰’와 ‘신용’을 꼽았다. 이 대표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건설업은 신용이 없으면 일하기 힘들다”며 “회사의 신뢰 향상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을 예로 들며 “제조업은 생산 과정에서 하자를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 만, 기계설비와 같은 건설업은 완공 이후 문제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에 “발주처가 믿고 시공을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는 것”이라며, “거래처 및 신용평가기관 등의 회사 신용 제고 업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설비는 공기(工期) 준수,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시공 등 기본에 집중하면서 발주 회사와의 믿음을 구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신뢰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결국, 공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 기에 현장 근로자들을 존중하며 협력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근로자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곧 신뢰를 쌓아나가는 길”이라고 이 대표는 밝혔다. 그래서 “회사 직원 대부 분의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이고, 현장 근로자들도 오래 일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 현장에 젊은 근로자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기존의 숙련된 기술자들과 젊은 층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산업의 발전이 있는데, 젊은이들이 건설업을 기피해 고민이라고 했다. 제조업을 비롯한 타 업종같이 인력양성소 등의 교육 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 다. 일이 힘들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에 하루 700명에서 800명가량이 투입 되는 건설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일당이 15~20만 원선인데, 30만 원이 된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일하러 올지는 미지수”라며 “건설업계는 특히 인력의 고령 화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건설업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서 젊은이들이 고루 일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더했다.
커지는 기계설비 비중,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해져…
과거에는 기계설비 분야가 건설업의 하부 업종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기계설비가 건물의 ‘신경계’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실제 사용자는 건물 외관보다 내부의 기계설비를 더 많이 접한다. 보일러, 급배수시설, 가스시설, 공조 시스템까지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큰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다.
기계설비는 29개 전문건설업종 중 7개 업종에 해당하고, 공사 영역은 22개 분야로 광범위하다.그리고 4차산업혁명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기계설비다. 건축은 물리적으로 짓는 분야 이기 때문에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직접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계설비업에 적용할 수있는 범위는 넓다. 보일러와 냉동기, 가스 시설을 휴대폰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고, 파이 프와 덕트, 온습도 시스템에 센서를 설치해 관련 시설을 패널로 묶어 빅테이터를 얻어내면 기계설비산 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나아가 가정용 기계설비를 넘어 더 큰 규모 건축물의 스마트 기계설비 시장은 이른바 ‘블루오션’이다. 각종 공장과 발전소, 빌딩은 4차산업혁명의 바람에 스마트 기술을 입고 더 똑똑해지고 있다. 실시간 자가진단 시스템을 비롯한 스마트 기계설비의 영역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토탈 커미셔닝(시스템 성능검사)이 기계설비의 미래
각급 관공서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 기계설비, 전기, 통신 분야의 분리발주가 부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민간 건축물에서 기계설비 분리발주는 시기상조다. 그래서 이 대표가 기계 설비의 미래로 제시하는 것이 ‘토탈 커미셔닝(Total Commissioning)’이다. 커미셔닝은 설계가 잘 됐는 지, 최적화된 장비를 투입했는지, 설계 시의 기대성능이 제대로 나타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건물은 다 짓고 나서의 성능 발휘가 핵심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프로세스다. 기계설비 공사를 완료한 후 제대로 작동하는지, 에너지 효율은 어떠한지,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하는지 등을 책임지고 사후관리 하는 것이 이 대표가 추구하는 ‘토탈 커미셔닝’이다.
토탈 커미셔닝은 업체가 시공과 함께 사후관리 및 점검 시스템까지 책임져 발주처에서는 비용을 절감 하고, 시공처는 책임 시공과 유지보수를 통해 서로 믿고 사용자의 편리와 안전을 위하는 윈윈시스템이 다. 더불어,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토탈 커미셔닝은 자연적으로 기술의 다양 화로 인해 세분화되고, 이에 따른 관리 인력의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인정받는 남경설비, 이 대표의 발로 뛰는 노력이 만든 결과
남경설비는 벡스코 제2전시장, 부산과학관, 대연혁신도시 등 대규모 건물과 단지의 기계설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대연혁신도시 사업을 마치고는 부산도시공사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국내에서 인정받는 기계설비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만든 비법으로 이 대표는 사훈인 ‘최선을 다하자’와 가훈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꼽았다. “두 문장은 모두 공통으로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담고있다”며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원득 대표는 4월 대한기계설비협회 부산광역시회장으로 선출됐다. 이곳에는 설비, 가스, 자동 제어 등 부산지역 기계설비 관련 사업체 380여 개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회원사 매출 실적은 약 91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이 대표는 2014년 발족한 ‘부산권 설비 5개 단체 연합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연합회에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회, 대한설비공학회 부·울·경지회, 한국건축친환 경설비 영남학회, 한국설비기술협회 부울경지회, 한국설비설계협회 부울경지회가 참여한다. 연합회 에서는 소속 업체들의 단합 활동은 물론이고 후학양성 및 산학연 세미나와 다양한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내실’ 다지기를 통한 튼튼한 기업 되어야…
주택산업 관련 사항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구·가구 수는 수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해당 예측에 따라 주택 수요는 지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득수준 향상 및 삶의 질 추구에 따른 신규 주택 교체수요, 노후 주택 증가로 인한 도심재생사업 활성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확대, 수직증축 허용으로 인한 리모델링 활성화, 세대 내 리폼 등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주택 산업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더불어 시공/분양의 기존 사업 분야뿐만 아니라 기획/금융, 임대/관리/주거서비 스로 소비자의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해당 산업의 성장성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긍정 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 SOC) 예산이 줄어들고, 정부의 주택가격 및 경기 상황에 따른 정책 규제/완화가 반복되어 시행 되는 추세에서 시장의 경직도 함께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부산기계설비협회와 연합회의 회장으로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이겨낼 기계설비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두 가지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 첫째, 기계설비산업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연구개발,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기술진단, 안전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술기준을 정립하고, 기계설비의 성능향상, 에너지절약, 제도개선을 통한 일자리창출 등 기계설비산업이 발전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미래를 찾았다. 이 대표는 “부산시가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 다“며 “신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기계설비사업의 영역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기업의 체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오랜 기간 내실을 다져 50년 이상을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