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미래 경은산업(주)
지난 11월 28일 부산상공회의소는 ‘제29회 부산산업대상’을 열어 부산지역 상공업의 발전에 10년 이상 기여한 이들을 선정해 시상했다. 이번 달 방문한 <경은산업(주)>은 ‘근로복지대상’ 최종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가족친화 경영을 통해 노사화합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기업인만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의 미소에서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직원을 위하는 이성근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생각 아래 다방면에서 노력해 가족적인 분위기를 실천하고 있다. 신평·장림공단 일대에서 일할 맛 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섬유가공업체’ 경은산업(주) 탐방을 통해 나와 같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와 닿을 만한 기업이라 느꼈다.
염색가공의 산 역사
경은산업(주) 최경환 회장은 55여년간 염색업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졌다. 1957년, 손으로 직접 염색을 하던 시절부터 최 대표는 범일동에서 ‘국보직물 공업사’ 라는 이름 아래, 몇 평 안 되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염색 산업을 홀로 시작했다. 이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쇠퇴해가는 동종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은산업은 정직한 기술력으로 승부했다. 이와 더불어, 신소재 분야 연구에 매진해 진정한 진보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이후 1994년, 지금의 경은산업이 주식회사의 형식으로 설립되었다. 자동차용 원단과 인테리어용 원단을 핵심으로 다양한 패턴 과 신규 자재 개발품을 활용해 여러 분야로의 판로 개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왔다. 이의 효율화를 위해 제 1공장에서는 우수한 염색, 가공기술과 다양한 생산설비, 고품질 난연제품, 고기능 친환경제품 등을 보유하며 섬유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제2공장에서는 합성피혁사업부를 맡아 모든 부문에 사용하는 PU원단을 생산하여 미국, 유럽, 중동, 일본 등에 대량 수출을 해 오고 있다. 지난 2007년 8월에는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다양한 제품 을 개발해 오며 섬유사업 분야에서 선도적소재 공급업체로 도약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스웨드 원단 생산 기술은 업계에 정평이 나있는 수준이며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유명 브랜드 제품의 원단으로 쓰이며 국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난연과 방염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리사이클원사(친환경제품)도 의류와 신발 소재로 바이어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아가 기업부설연구소의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자동차 파노라마 선루프용 원단을 개발해 현대, 기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대기업에 납품을 시작했다. 또한 전자파를 흡수하는 화학 섬유 원단을 현재 개발 중이며 슈퍼텍스 원단은 미국 애플사에 태플릿PC 받침대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섬유·피혁을 자재로 한 인테리어용 타일 ‘Case in Tile’(카사 인 타일)을 출시해 기대가 크다. 이러한 총체적 노력으로 지난해 매출 196억을 달성하며, 올해는 260억 원까지 보고 있다.
의미 깊은 ‘가족친화기업’ 인증
염색과 관련된 업체는 열악한 근무 환경 이미지가 연상되어 청년실업자가 최고치를기록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그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경은산업은 정년이 없는 가족 같은 회사로 보건복지부로부터‘가족친화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이는 창립 이래 지금까지 기업의 성패는 직원들에게 달려있다는 진리를 외면하지 않고 꼼꼼히 지켜온 결과였다. 경은산업의 경쟁력은 ‘여력(餘力)’이었다. 고된 업무로 직원들의 피로를 무시한 채 비효율을 자초하기 보다는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유도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한다. 직원들이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도록 획일적인 근무로 인한 권태를 방지하고자 한다.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직장이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휴식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다 각도로 항상 모색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사원들의 교육과 의료부분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 2006년 경은장학재단을 설립해 해마다 연말이면 장학금을 사원 자녀들에게 수여한다. 또한 사원들에게 학습과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 하고, 개인 지식 함양 및 직무 역량 향상을 위한 학습 공간(도서실)을 마련 지적인 충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할 맛 나는 중소기업
기업의 운영과 성과에 대해 근로자들이 최대한 많이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경영진이 수많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시킨다는 것에 현실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기업발전을 위해 집중한다면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일 것이다. 이런 당연한 원리를 이론상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경은산업은 지금도 앞을향해 달리고 있다. 사주가 직접 주식 5%를 무상으로 내놓고,‘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며 회사 이익이 직원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직원사랑 격려금 제도를 도입해 1년 동안 가정 내 어려움이 발생한 직원에게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돈 을 모아 전달하며 사기를 복돋웠다.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고급 종합건강진단 검사권을 주고, 문화 활동비를 지급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데 이어 우수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원에게는 포상금 100만원씩을 쾌척해 타사의 모범을 실천하고 있다.
경은산업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한·미 FTA와 섬유산업의 미래의 연관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풍부한 노동력과 저임금으로 무장한 후발 개도국들의 추격과 선진국들의 자국 섬유산업 보호를 위한 반덤핑 제소 남발 등으로 인해 수출여건이 악화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 다. 하지만 이제 한·미 FTA가 이루어져 낮게는 10%, 높게는 32%에 이르던 섬유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또는 점차적으로 철폐된다. 관세에서 원가절감 효과를 본다면 중국 등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인한 경쟁력 악화로 고전하던 섬유 수출에 청신호가 켜지는 셈이다. 이러한 호기를 이용해 생산구조가 원료·원사·직물·염색·의류·제조·유통이라는 다단계로 형성되어 있어 고용 창출 효과와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가공 산업인 섬유산업은 지식산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풍부하다. 경제적, 국제적 상황까지 뒷받침되어 튼튼한 내실에서 국제적으로까지 널리 위상을 퍼뜨릴 경은산업(주)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