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고 날아오르다, 한국치공구공업(주)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한국치공구공업(주)은 항공 및 방산분야의 부품 및 치공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이다. 항공산업의 불모지인 한국, 그것도 부산에서 치공구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한국치공구공업(주)을 소개한다. 이번 호는 특별히 한국치공구공업(주)의 박영욱 대표를 직접만나 인터뷰했다.
회사 소개
치공구란 무엇일까. 붕어빵을 만들자면 여러 가지 재료들이 필요하지만 그 재료들을 담아 구워내는 붕어빵 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되는 항공기 부품을 조립하기 위해 필요한 틀이 바로 치공구이다. 작은 부품을 위한 간단한 치공구부터 항공기의 동체나 날개를 조립하기 위한 치공구까지 그 규모는 다양하지만 한국치공구공업(주)은 주로 대형 치공구를 제작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러 부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자동화 치공구까지 개발해가고 있다. 한국치공구공업(주)은 이러한 치공구들의 설계부터 제작, 조립, 설치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1984년에 설립되어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2000년 까지는 치공구, 클램프 위주 영업 활동을 해오다가 2000년부터 부품가공을 위한 대형장비를 도입하여 그 영역을 항공기 부품 제작까지 넓혀가고 있다. 2006년 사업 성격이 다른 클램프 사업부를 별도 법인인 ㈜케이제이에프로 분리하였으며 서울과 미국 LA에 지사를 두어 판매망을 확대해 가고 있다.
설립 배경
국내에서 항공산업은 물론이고 치공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30여 년 전, 박영욱 대표는 어떻게 이 사업에 뛰어들 생각을 했을까. 1980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박 대표가 미국 항공회사에 교육을 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박 대표는 “가기만 했지 아무것도 몰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치공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항공기에 적용되는 대형 치공구를 미국에서 처음 접했다. 국내에서 보아왔던 치공구와는 그 규모자체가 달랐다. 박 대표는 치공구를 담당하면서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한국으로 오기 전에 관련업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 때 치공구에 필요한 요소부품을 만드는 공장을 방문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한국에서 이러한 요소부품들의 대리점을 시작했지만 판로가 없어 쉽지 않았다. 그 당시 한국에는 외국처럼 치공구가 표준화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부품들을 활용한 치공구는 너무 앞선 기술이었다. 이에 박 대표는 방향을 수정해 클램프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은 한국치공구공업(주)의 출발이 되었다.
사업 분야
한국치공구공업(주)의 사업 분야는 크게 항공과 방산, 클램프분야로 나뉜다. 항공분야는 주로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과 거래하고 방산분야는 삼성탈레스, 현대로템이 주 거래처이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을 통해 해외 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부터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Boeing, 세계 3대 방산업체인 Northrop Grumman 등과 직접 거래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항공분야는 최근 들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나로호의 동체를 받쳐주는 치공구를 설계 및 제작하였고 2011년에는 에어버스 A350 기종 화물 출입구 조립라인을 개발하여 대한항공에 설치하였다. 작년에는 에어버스 A320 기종의 날개구조물을 조립하는 치공구를 개발하여 대한항공에 납품하였고 현재는 같은 기종의 전체 날개표면 조립을 위한 치공구를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수주 받아 제작 중이다. 이외에도 P-3C 날개, T50모의시험 장치 등 수 많은 치공구를 설계, 제작, 설치하여 그 기술력을 국내에서는 독보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항공기는 보통 수십 년 운영되기 때문에 항공기 부품의 품질 요구사항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다. 부품 자체의 품질 뿐 아니라 품질시스템 역시 까다로운 규제를 받고 있는데 항공분야에 특화된 품질시스템 인증인 AS9100을 지난 2003년 취득하여 해마다 품질체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개선 노력이 오랫동안 항공산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아 한국치공구공업(주)가 꾸준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방산분야는 기계구조물, 가공부품 위주로 납품한다. 최신 전차인 K2의 포를 자동으로 장전하는 장치 제작에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여 지난해 초도물량 100대 분에 대한 양산계약을 맺었으며, 추가 물량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다. 천궁 미사일도 한국치공구공업(주)의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2002년 개발을 시작한 다기능 레이더 또한 차량을 제외한 모든 구조물들을 약 10년 간 탐색개발 및 체계개발을 해왔으며 작년 초도물량 9대에 대한 양산계약을 맺고 열심히 제작 중이다. 박 대표는 이런 기술적인 부분의 성취가 회사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2006년 ㈜케이제이에프로 독립한 클램프 분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제품별로 약 50-70% 수준이다. 꾸준한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토글클램프, 유압클램프, 공압클램프 등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그 동안의 꾸준한 투자 덕분에 현재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 진출
한국치공구공업(주)은 2010년 미국 LA에 지사를 설립했다. “당신들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인데 왜 국내 시장에만 있느냐?”는 미국기업 담당자의 말에 박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해외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다. 대외 인지도가 너무 약해 고객들의 기존 거래선 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인지도 제고를 위해 전시회 참가, 에이전트 발굴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인 두 업체와 현재 수출계약의 심도있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항공기 엔진 운반 트레일러, 국내최초 국산화
한국치공구공업(주)은 지난 8월 중소기업청,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공동으로 3억 8천만원을 투입해 T-50, FA-50, F-16, F-15 등 다양한 전투기의 엔진을 운반할 수 있는 트레일러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이 트레일러는 항공기 엔진 정비 시 기체로부터 엔진을 떼어내고 다시 장착시키는 데 활용되는 장비로, 지난해 6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 국산화의 성공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항공기 엔진 운반용 트레일러를 국산화함으로써 외화 유출을 막고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등 약 1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30주년의 비전
박 대표는 한국치공구공업(주)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본 적 없는 회사라고 자부했다. 창립할 때부터 맨땅에서 시작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박 대표의 창립 30주년 목표는 ‘30300’, 30주년에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또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는 중견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소기업이 커 나가기 어려운 나라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의 환경이 개선되어 20년, 30년 장기근속을 해 온 직원들과 성장의 열매를 더 많이 나누는 것이 박 대표의 바람이다. 한국치공구공업(주)은 항공산업의 기반이 약한 부산에서 맨땅에 회사를 일구었고 이제 그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수주를 받는 일이다 보니 제품 단가가 낮아지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치공구공업(주)은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가격적으로 보상을 받는 등 그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박영욱 대표의 성공은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박 대표의 바람처럼 한국치공구공업(주)과 같은 건실한 중소기업이 제약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한국에서 선도하는 강소기업이 많이 나오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