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기업을 향한 발걸음, 동성그룹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봄 덕분에 화단에는 봄꽃이 옹기종기 피어있었다. 이른 봄치고는 더웠던 날씨 탓인지 정원의 인공폭포가 유난히 시원해 보였다. 화단과 인공폭포를 뒤로하고 들어선 동성화학 본사의 첫인상은 회사건물이라기보다는 복합 문화공간에 가까웠다. 입구 오른편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이들이 손에 머그잔을 하나씩 든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오는 이를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로비 중앙에 자리 잡은 커다란 철기, 반응기였다.
동성 그룹의 시작, 철제 반응기
동성그룹의 역사는 그 커다란 철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현재 동성그룹의 수장인 백정호 회장의 부친이자 동성화학공업의 설립자였던 故 백제갑 회장이 1959년 개인기업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국내 상장계열사 4개, 비상장계열사 2개 및 해외계열사 4개를 거느린 어엿한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반응기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백제갑 회장의 창업정신을 웅변하듯 동성그룹 역사와 함께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침 며칠 전 백제갑 회장의 20주기 추도식이 있었던 터라 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심최선(正心最善), 월천 백제갑
평안북도 의주 출신의 백제갑 회장의 창업정신은 정심최선(正心最善·바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다.)이라는 그의 경영이념에서 엿볼 수 있다. 늘 정도를 고집했던 그는 탁월한 경영능력과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신발 산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최초로 신발용 접착제를 개발해내며 부산이 국내 신발 산업의 중심지가 되는데 공헌했다. 특히 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찾아가 국산 제품의 수출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세제도 개편을 탄원, 로컬무역 제도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촉발시킨 일화는 업계에서 전설로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날 그가 이처럼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남게 된 배경에는 탁월한 경영능력 못지않게 따뜻한 인간미가 있었다. 재물을 모으는 축재(蓄財)보다도 그 재산을 어떻게 쓸 것인 가라는 용재(用財)의 중요성을 알았던 고인은 스포츠 지원을 통한 국위선양, 문화 예술지원을 위한 월천문예상 제정뿐만 아니라 도로 개선, 의료원 개원, 경로당 건설 등 지역 사회를 위한 공헌에도 앞장선 당대의 선구적 기업인이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그룹, 동성그룹
동성그룹은 1959년 동성화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가야동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1·2차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한국 경제사의 커다란 위기들을 모두 이겨내고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순수 지주회사인 동성홀딩스, 동성그룹의 모태이자 폴리우레탄 전문 화학 기업 동성화학, 석유 화학 제품 및 기능성용제 제조기업 동성하이켐, LNG 보냉재 제조기업 동성화인텍,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동성에코어, 바이오 메디컬 전문기업 제네웰 등 6개의 국내 법인과 인도네시아에 동성자카르타, 중국에광저우동성화학, 베트남에 동성화학(베트남), 미국에 US Dongsung Holdings 등 4개의 해외 법인을 가지고 있다. 2008년에는 동성화학에서 동성홀딩스를 분할하며 지주회사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여 더욱 민첩하고 경쟁력 있는 그룹으로 경영체제를 일신하였고, 이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 정심최선, 인재중시를 핵심가치로 선정하며 2020년까지 그룹매출액 3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VISION 2020을 선포하였다.
백 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약
최근 동성 그룹 계열사엔 호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4월, 동성화학은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VIXUM(멜라민폼)공장을 준공하여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단열(斷熱), 흡음(吸音), 난연(難燃)에 탁월한 성능을 가진 멜라민폼은 1979년 독일 바스프(BASF)사가 개발한 이래 현재까지도 독일 내 2개 공장에서만 생산되고 있어, 그간 전량을 수입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층간 소음 문제의 해결책으로 흡음 효과가 탁월한 멜라민폼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연간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단열재·흡음재 시장에 동성화학이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동성 그룹 내에서 그린 재생에너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성에코어 또한 새해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호재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스모그 억제 등 환경보호 분야에 향후 2년 동안 430조 원 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폐타이어를 100% 친환경적으로 분해·재자원화하는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동성에코어가 큰 주목을 받고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의 재생자원 전문 기업인 ‘유방성광고분자재료 유한회사’와 300억원에 달하는 수주 계약을 맺으며 그 전망을 더욱 밝혔다. 이외에도 국내 시장 1위 제품인 외과 수술용 유착방지제 가딕스(Guardix), 습윤 드레싱재인 메디폼(Medifoam)을 생산하는 제네웰, 기능성 용제, 유기과산화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등을 생산하는 동성하이켐. 국내 LNG 선박용 초저온 보냉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동성화인텍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열사가 각자의 자리에서 VISION 2020 달성을 위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직원이 행복한 기업
많은 기업이 인화주의(人和主義)를 표방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처럼, 동성그룹의 인재 중심주의 또한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여 계단 하나의 넓이까지 손수 지시했던 故 백제갑 회장의 유지를 계승·발전시켜 이어오고 있는 동성그룹의 직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아주 사소한 곳까지 깊이 닿아 있다. 최대 3자녀에게 대학까지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멘토링 제도의 시행으로 새로 들어온 신입 사원들이 회사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하계휴가 외에도 리프레쉬(Refresh) 휴가, 신아지(新我知·Synergy) 휴가 등 종업원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휴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휴가철이 지난 후에는 휴가 사진 콘테스트를 통해 즐거운 순간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구매하여 사내 곳곳에 전시해 둠으로써 직장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승화시킨 점 또한 직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일류 기업, 동성그룹
부산에서만 오롯이 5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내고 있는 동성그룹은 그 오랜 기간만큼 지역사회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해오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부산 감천동 태극도 마을에서 실시한 연탄나눔 행사와 계열사 임직원들이 함께한 사랑의 헌혈 릴레이를 비롯하여 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각종 사회활동과 기부활동에 이르기까지 동성그룹은 명실상부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그룹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50여 년의 역사를 지나 100년 기업의위업을 향해 나아가는 동성그룹의 발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