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IT를 더하다,
(주)신동디지텍
18세기 중엽에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를 ‘산업경제 시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야흐로 21세기, 디지털 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거쳐 전 세계 누구와도 지리적·시간적 격차를 극복하고 짧은 시간 내에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우리는 ‘연결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1993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에 착수한 이래 2014년 현재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6위,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8위로 인터넷 인프라가 가장 잘 확보된 나라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발적인 인터넷 비사용 인구를 제외하고도 해군 및 원양어선 승무원을 비롯해 해상 생활을 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상당기간 발전된 정보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번 호에서 만나볼 기업은 그간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해상 IT 분야를 개척한 부산의 강소기업, (주)신동디지텍이다.
바다 위에 청운의 뜻을 세우다.
(주)신동디지텍의 장철순 대표는 한국해양대 기관학과 출신이다. 1970년대 초 졸업을 앞두고 범양상선의 3등기관사로 승선생활을 시작한 장철순 대표는 이후 6년간의 승선생활을 끝으로 육지로 올라와 영업사원, 중동 지역 예인선 운영요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던 중 선박용 첨단기기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선박에서 사용하는 첨단 전자장비의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1991년 단돈 5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한 선박 설계회사의 사무실 한편에 책상 하나를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2년여의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자리 잡기 시작한 사업이 선박용 항해·통신장비 중개업이었다. 수십억 원의 선박용 장비를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던 사업은 애초의 단순 소개업에서 사후관리와 설치·판매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갔다. (주)신동디지텍의 시작이었다. 일본의 항해 장비 전문 업체 후루노(FURUNO)의 한국 총 대리점으로 시작한 (주)신동디지텍은 차츰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춰나가며 무궁화 위성방송 수신장비(SEACOM)의 국산화 등의 성과로 두각을 나타내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유수의 국내선박제조 기업들의 협력업체로 동반 성장하며 선박 내 정보통신 종합 솔루션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 IT 기업, (주)신동디지텍
장철순 대표이사는 (주)신동디지텍의 제품과 서비스를 ‘해양이동체에서의 정보통신종합 솔루션’이라는 말로 웅변한다. 해양이동체에서의 정보통신종합 솔루션이란 선박의 조타실 장비를 비롯하여 자동 위치 인식 시스템, 선박용 블랙박스, 위성방송 수신시스템, 데이터 서비스 시스템 등 선박과 플랜트에 필요한 각종 통신장비를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2007년 평택항에 입항한 ‘아시아 이노베이터’호에 국내 최초로 선박용 초고속 위성통신 시스템(MVSAT·Maritime VSAT System)의 설치에 성공하며 업계 선도자로서의 두각을 나타낸 ㈜신동디지텍은 야간 항해나 악천후 항해 시 해상에서의 충돌을 예방하는 선박 자동추적 시스템, Google 맵 기반의 선박·요트·보트 위치 모니터링 시스템, 그리고 특허 출원한 레저 보트 및 요트용 해양레저 내비게이션 등의 다양한 항해보조장비 제공해왔다. 2013년에는 기존의 선박용 항해 통신장비 솔루션 제공업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엔지니어링이 가미된 텔레커뮤니케이션 패키지 제공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해양플랜트전자 장비 분야에 진출했다. 해양플랜트 전자장비 분야는 이미 해외 업체들이 선점한 시장이지만 (주)신동디지텍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을 통해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내며 마침내 대우조선해양과 시추선 전자장비 EPC(설계·구매·시공) 계약에 성공하며 기존의 선진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해양플랜트 전자장비 분야의 국산화를 이끌어 냈다. 그뿐만 아니라 2005년 그간 캐나다 등에서 전량 수입하던 해상기상관측장비 부이(Buoy)를 국산화에 성공하며 기상청과 해병대에 납품하기 시작하였는데, 올해 초, 수온·염도·적조·유류검출정보 등 다양한 해양 환경정보를 각종 위성과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시스템인 원격탐사 부이 3대를 국내 최초로 카타르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회사와 종업원의 동반성장, 독립사장제
흔히 ‘소사장제’라고도 부르는 ‘독립사장제’는 기업의 오너와 임원뿐 아니라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주인의식과 책임을 갖게 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신동디지텍의 독립사장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재직 중에 사업화할 아이디어가 생기고, 자격요건을 갖추게 되면 회사 지원 아래 개별 기업으로 독립하여 상생의 길을 모색하게 하는것이 그것이다. 중소기업 운영의 애로 사항인 어려운 인재 확보, 낮은 근속 연수, 핵심 인재의 잦은 이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장철순 대표이사가 직접 고안해낸 방법으로 종업원 본인이 소속된 회사에서 사장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한다면 회사는 훌륭한 인재를 잡을 수 있고, 개인은 스스로의 비전을 회사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경영방식이라는 철학으로 벌써 15년 가까이 독립사장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10여 년 전 부품 협력 전담기업으로 첫 독립 사장이 배출된 후 현재까지 총 8명이 독립해 무선통신, 부품, 서비스, 컨설팅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한 업체는 매출 20억 원에 직원 수만도 10명 이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8개 기업은 ㈜신동디지텍을 모기업으로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며 (주)신동디지텍과 협력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기업
지난 10월, (주)신동디지텍은 한국 해양대학교에 3억 원 상당의 항해 장비시스템을 현물 기증했다. 해양 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 산업 특성화 대학교와 산학 연계를 통해 우수한 인재의 육성을 도모하고 나아가 부산의 명성에 걸맞은 해양 연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주)신동디지텍은 IT 강국 대한민국의 정보 통신 기술 역량과 해양수도 부산의 면모를 결합한 해양 IT 기업으로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고 있다. ㈜신동디지텍이 세계 무대에서 유럽의 선진 해양 정보통신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날이 곧 다가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