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비엔스틸라
제조업의 바른길
회사의 연혁을 보면 그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과 길을 엿볼 수 있다. 연혁은 지금껏 그 회사가 걸어온 발자취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그 회사가 지켜나갈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비엔스틸라의 연혁을 보고 ‘단단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기술 개발을 언제나 우선으로 하여 단단한 기반 위에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견고한 집처럼 보였다. 이동오 대표이사의 인사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엔스틸라는 철저히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제조업의 왕도를 걷는 모범생과 같은 회사였다. 비엔스틸라의 이야기 속에서는 어느 기업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실패와 좌절이 담긴 영화 같 은스토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도 꾸며낸 듯한 극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현 비엔스틸라의 전신인 성주산업사를 창립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비엔스틸라는 수출 5천만 달러를 이루어냈다. 철강 분야의 세계적인 대기업이 우리 대한민국에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비엔스틸라의 성공 스토리는 기술 개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명쾌하게 설명된다.
가공강판의 종류
비엔스틸라는 VCM과 PCM 등 다양한 가공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강판 가공이라는 분야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분야일 수 있지만 우리 생활 밀접한 곳에 비엔스틸라의 가공 강판이 활용되고 있다. 가공 강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VCM이다. VCM이란 Vinyl Coated Metal의 약자로 얇은 필름이 씌워진 강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흔히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의 도어나 커버 등 고객의 몸과 맞닿는 곳에 사용되는 강판을 가공한 제품으로 세계 굴지의 유명 브랜드의 제품에 비엔스틸라의 가공 강판이 사용된다.
두 번째는 PCM이다. PCM은 Paint Coating Metal의 약자로 백색가전의 측판에 사용되는 재질이다. 기존의 페인트 코팅 방식의 가공은 스프레이처럼 페인트를 분사했던 것에 비해 비엔스틸라에서 사용하는 PCM은 롤 코팅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코팅 후 성형이 용이하고 대량생산 또한 가능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고급 인쇄기술이 개발되어 헤어라인 무늬, 꽃 무늬 등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 또한 가능해졌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은 철갑선
철강 및 강판 제조 산업은 레드오션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이미 그 기술이 세계적으로 크게 대중화 되어있고 특정한 기술이나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두기도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조선업 등의 중공업 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도 이러한 근거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비엔스틸라가 우량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질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경영 방침이 있다. 중국을 필두로 한 원가 경쟁 그리고 대형 경쟁사와의 직접적인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비엔스틸라는 건재판넬과 저가 PCM 등의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지양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가전외판용 제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는 양적으로 보여지는 수주물량보다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익성 위주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했다. 또 대형 경쟁사가 가지지 못하는 장점인 빠른 의사결정을 활용하여 급변하는 시장 상황이나 고객사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전략들은 모두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
현재 비엔스틸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철강 생산 / 가공 회사들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조선업의 성장세가 둔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조선업은 대한민국의 중공업을 이끌어온 일등 공신이었다. 20세기 중후반의 고도성장기를 마무리하고도 2000년대 중반까지 조선업이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인 환경이 조선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년 주기의 선박교체 시기와 맞물려 FTA에 의한 물동량 증가, BRICs 등 개발도상국의 폭발적인성장, 그리고 고유가 지속 등 대부분의 상황들이 조선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하지만 2010년대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해 시장 1위를 빼앗겼고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신흥국의 재정상태가 경색되면서 조선업계도 큰 타격을 맞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 조선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저가 조선 시장이 잠식당하면서 한국의 조선 및 철강 업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비엔스틸라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인다. 비엔스틸라는 진작부터 이러한 조선업의 불황을 예상하고 기술개발과 사업 다각화에 힘써왔다. 2010년에는 기업 산하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R&D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비엔스틸라의 노력 덕분에 조선업계의 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꾸준한 수출액 증대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강판 가공의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산업으로 그 무게중심을 부지런히 옮기고 있다.
진정한 혁신은 책상 밖에서 온다
비엔스틸라가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에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선행되었다. 특히, 비엔스틸라에는 제안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생산하면서 경험한 노하우나 아이디어를 공정 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실제적이고 효과성 있는 제안제도를 만들기 위해 현 이동오 대표이사가 부임 직후부터 강하게 추진해왔던 제도이다. 제안에 따른 등급별로 직원들에 대한 보상(인사 상 혜택, 금전적 보상)등이 주어지고 있어 실질적인 참여 유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로도 현재까지 460건이 넘는 제안이 접수되었고 이 중 다수는 검토를 거쳐 실제 공정 효율성을 크게 개선하기도 했다.
기술로 벗어나는 레드오션
비엔스틸라는 현재의 냉연 제품에 도료를 입히는 컬러 강판 제조로는 향후 있을 치열한 범세계적인 철강 가공 경쟁에서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고 예견해왔다. 이에 대한 비엔스틸라의 선택은 역시 기술로 앞서가는 것이다. 비엔스틸라는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비철금속에 컬러를 구현하는 기술을 중점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철금속이란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레스 스틸, 동 등의 금속을 말하며 현재 이러한 비철금속을 코팅하는 기술은 상당히 고급 기술로 분류되어 왔다. 이를 통해 기존의 중국 등지의 경쟁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 가치 산업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기존에 컬러강판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군에 컬러 강판을 접목시키는 신규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쟁이 심해진 레드오션으로부터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 또한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엔스틸라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영역을 가지는 것이 미래의 목표다.
제조업의 교과서가 될 비엔스틸라
사람들은 흔히 수십 년 전통의 유명 식당에 갔다가 그 외관에 크게 실망을 하기도 한다. 허름하고 작은 식당에 실망한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음식을 한 술 뜨고는 왜 이 곳이 그토록 유명한 식당인지 그제서야 무릎을 치곤 한다. 비엔스틸라도 이와 비슷했다. 기업의 역사나 성과를 자랑하지도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담백하지만 속이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비엔스틸라가 걸어온 길이 기술에 대한 성실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해 온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할수있다.
비엔스틸라는 제조업의 교과서가 되기에 충분한 기업이다. 자신들의 성과나 기술을 자랑하지도 포장하지도 않지만 기술적 우위로서 이를 충분히 증명하는 모습을 통해 제조업이 가야할 왕도를 보여주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변화할 철강 산업의 바다에서 비엔스틸라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훨씬 더 기대되는 단단한 강철 같은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