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에 부는 경영혁신의 바람
백마 탄 왕자는 오고 있는가
Apple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가 다시 Apple에 돌아오고, 쇠락의 길을 가던 GE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잭 웰치가 그러하듯, 기업들이 새로운 리더의 등장에 목말라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가지고 현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누군가는 권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누군가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구성원을 진두지휘하여, 조직을 진일보하게 만든다. 그 모습은 다를지라도 결국 모든 리더십의 목표는 기업의 문제점을 개혁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소위, 환골탈태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세정건설은 드라마 같은 환골탈태의 과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한, 개혁의 기수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2년 간 기업의 수주 금액이 15배 이상 증대되었고 부채비율은 4분의 1로 급감했다. 이러한 믿기 힘든 성과의 배후에는 3년 전부터 세정건설을 이끌어 온 김상국 대표이사가 있었다.
1989년 설립된 세정건설은 패션그룹 ㈜세정의 자회사로서 건축, 토목, 주택, 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종합 건설사다. 설립 초기 유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회사는 1996년 세정건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계열사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정건설은 오랫동안 그룹 내
성장의 비결은 사람 그리고 약속
세정건설의 폭발적인 성장을 진두지휘 해온 김상국 대표는 그 비결을 사람과 약속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있는 그도 이 자리에 오르기 1년 전까지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그가 말하는 건설업은 상당히 삭막한 산업이다. 세정건설로 입사하기 전 IMF시점에 김 대표가 근무했던 모 건설사에서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근로자들은 격노하여 사무실에 찾아왔고 온갖 사무실 집기를 집어 던지면서 살벌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건설 현장의 근로자들은 일용직 노동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정이나 의리로 그들을 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약속의 힘을 강조한다. ‘줄 것은 확실하게 주고 시킬 것은 확실하게 시켜라.’ 중견 건설사의 대표이사인 그도 청춘을 현장에서 보냈기에 일하는 근로자들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의 예우와 대접을 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현장 근로자들의 급여가 밀리는 일은 절대 있을 수도 없고, 동종 타사에 비해 협력 업체 단가가 높은 편이라고 그는 자부한다. 또, 중견 건설 기업으로는 흔치 않게, 세정 건설은 현장직원들에게 단체 숙소가 아닌 개인 주거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건설 기간 내내 식비와 주거비를 지원함으로써 직원들의 만족감과 의욕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또, 세정 그룹 내 패션 브랜드에서 5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의식주를 모두 책임지는 기업이라 하겠다.
건설업은 타 산업과 다르게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실수로 인해 수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명백히 살인과 같다. 약속이 잘 지켜지면 이 외에의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아무런 필요가 없다. 건설사는 협력업체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현장에서는 노무관리 안전 관리에 대한 약속, 시방서 및 설계도에 명기된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정직하고 혼을
담아 내 집을 짓는 정성으로 건축물을 시공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정정당당하게 일해라
약속과 더불어 그의 경영 철학의 기본은 ‘정정당당’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는 업계에서 상당히 특이한 사람으로 불린다고 한다. 기존의 건설업계에서 자행되던 관행도 그에게 있어서는 하나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세정건설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은 회사의 인사 구조를 환골탈태 시키는 것이었다. 사내 직원들 중 13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회사를 나가야 했다. 십 수년 간 관계를 맺어온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물갈이 되었다. 이로써 그는 건설회사에 만연했던 악습과 관행의 뿌리를 뽑을 수 있었다. 그는 이후 전자입찰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부산의 건설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자격미달의 업체가 입찰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여 입찰하는 등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과 규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를 관리하고자 어떤 사람의 청탁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나 차츰차츰 입찰 과정도 투명해졌다.
골리앗을 이긴 역발상
건축 수주를 따내는 일에서도 그는 다른 건설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한다. 타사의 관리자들은 시행사 및 건축주가 건설사 선정을 위해 경쟁입찰을 붙일 시점에 수주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세정건설의 경우, 다소 독특하다. 김 대표는 회사의 정보력을 동원해 특정 프로젝트의 계획을 입수하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전부터 건축주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기존의 수십 년간의 건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주와 설계사에게 무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임차인이 선호하는 건축 스타일, 공간 활용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설계에 관한 다양한 조언을 공유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건축주와 설계사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건축주가 세정건설의 역량을 신뢰하게 되었고 이는 곧 수주 실적으로 이어졌다. 만약 수주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깊은 신뢰가 생긴 관계이기 때문에 다음 번에 다른 사업이 발생할 때 세정건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세정건설만의 노하우로 수주한 대표적인 사업이 해운대 ibis 앰배서더 호텔이다. 프랑스의 아코르(ACCOR)그룹이 해운대에 호텔 건설을 추진할 때도 이러한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졌고 세정건설은 수많은 대기업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수주를 따내었다. 이후, 아코르(ACCOR)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호텔 건축 및 호텔 예약률 평가에서 세정건설이 지은 해운대 ibis 앰배서더 호텔은 전 세계 아코르(ACCOR)그룹의 3000여 개의 계열 호텔 중에 상위에 오르는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동부산 관광단지 내 판타지오 스퀘어를 건설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기존 관행의 틀을 깬 세정건설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진흙 속에 활짝 핀 연꽃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