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아 찾아온 성공
동일케미칼은 국내에서 방충재 생산 대기업인(H사, D사)등과 경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고무방충재 제조업체로 성장해가고 있다. 1994년에 설립된 동일케미칼은 윤대범 대표의 오랜 뚝심으로 완성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대범 대표는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젊어서 산업용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취직했다. 나름 기술을 익힌 그는 독립해 1994년 동일화학을 창립했지만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워낙 좁은 시장이다 보니 기존의 회사들의 입장에선 윤대표의 동일화학이 경쟁자일 수 밖에 없었고 텃새도 간혹 있었다고 한다. 다른 회사로부터 주문을 발주 받아 이를 납품하는 업체에 요청을 해도 계약이 불발되는 경우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먼 길을 돌아가냐.”며 기존의 대기업의 OEM으로 납품하는 방식을 권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척이나 시장상황이 오히려 윤 대표에게는 독자노선 개발이라는 사명을 가지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이렇게 성공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 이유 중에는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 바로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업 초창기 시절 그는 자금을 구하기 위해 기술보증기금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자신을 담당했던 평가담당자의 말이 그 시작이었다. 그 평가담당자는 윤 대표에게 ‘절대 어음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급한 마음에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돈을 융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배가 항구를 드나든다. 배를 한 번
이라도 타 본 사람이라면 거대한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여 부딪히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배를 운행함에 있어서 절대 없어
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고무방충재다. 고무방충재는 배가 부두 접안시설 등에 부딪혀 구조물이나 배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이다. 항만이 운영되고 배가 움직이는 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이 고무방충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고무방충재에 사활을 건 기업이 있다. 바로 동일케미칼이다.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대형항만과 인구를 무기로 고무방충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H사, D사) 등 큰 규모의 기업들이 고무방충재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동일케미칼의 오랜 도전은 관련 사업을 뚝심으로 밀어붙인 윤대범 대표(사진)의 오랜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막 그 꽃을 피우려는 동일케미칼의 현재를 통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인재와 상생의 모습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제서야 그는 그 말을 이해했다며 무릎을 쳤다. 기업에게 있어 단기적으로 돈을 융통하는 데 가장 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어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어음을 발행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발행이 쉬운 만큼 어음으로 인해 회사가 도산하는 등의 위험도 큰 편이다. 특히나 고무방충재 산업과 같이 단기간의 대량 투자가 아닌 장기간의 전략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에서는 이처럼 어음을 발행하는 것은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무방충재 사업은 아주 작은 사이즈의 제품부터 초대형 선박용 방충재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제품 규격과 종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정교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해상운송의 핵심인 고무방충재는 대기업이 아니라 전문기업의 분야임을 절실히 느꼈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젠 어떤 형태의 방충재든 다 생산할 자신이 있다고 자부한다. 그의 눈빛에서는 최고 품질의 방충재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기업체로 성장한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급성장을 거듭하는 고무방충재 산업
방충재란 안벽, 잔교, 돌핀 등의 계선시설의 전면에 부착되어 선박의 충격으로부터 구조물 및 선박의 파손을 막는 제품을 말한다. 이전의 목재나 폐타이어에서 고무를 사용한 것으로 발전하였으며, 현재는 보호용 판넬 및 패드를 사용하는 시스템구조까지 발전하고 있다. 방충재는 고무의 변형에 따라 선박의 접안에너지를 흡수하는 제품이며 변형에는 압축변형, 인장변형, 좌굴변형과 그것들이 조합된 것이 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방충재란 저반력으로 고에너지흡수를 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겠지만 용도에 따라서는 큰 반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고무방충재 산업은 다른 SOC 설비 제조업에 비해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각 종류별 규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오랜 인내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보통의 제조업에서 창업을 하게 되면 금융권에 도움을 받게 된다. 땅을 사고 공장을 짓고 설비투자를 하게 되면 필요한 투자의 약 90% 이상이 완료된다. 하지만 고무방충재 산업의 경우, 이러한 투자가 완료되는 것이 곧 투자의 시작이라고 윤 대표는 말한다. 왜냐하면 고무방충재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종류와 규격이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금형을 제작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지속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그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방충재가 소모품인 만큼 이미 완공된 어항이나 대형항의 방충재도 얼마든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MAERSK,SINOKOR 등 대형 해운 회사들의 컨테이너선의 규모가 기존 5,000TU(컨테이너 운송 규모 단위)에서 최근 22,000TU까지 커짐에 따라 국내외 항구들의 규모 또한 새롭게 확대되고 증설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무방충재 산업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나 현재 고무방충재 시장의 95%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뒤집어 말하면 한국의 고품질 고무방충재 기업들에게는 아직까지도 95%의 시장이 개척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점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윤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인류가 존재하는한' 고무방충재 시장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회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2011년까지 수출 실적이 전무했던 동일케미칼은 단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출 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2012년의 어느 날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만 해도 동일케미칼은 국내의 수요와 실적만으로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실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 대표 개인적으로도 지금의 회사 운영에 만족하며 경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미국에서 온 손님들을 만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만남이 진행된 터라 그 사람들이 해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인것만 알고 미팅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생산해줄 업체를 찾고 있었다. 공장을 둘러보고 사무실에 앉아 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 손님이 대뜸 좋은 품질의 고무방충재에 대해 윤 대표의 의견을 물었다. 윤 대표는 명료하게 ‘품질과 가격은 비례한다.’고 답했다. 많은 기술 투자와 노하우가 결국 품질로 이어지고 이러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높은 금액을 투자하고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것이 결국 좋은 품질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들이 돌아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해양 SOC 회사의 회장과 사장이었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견적의뢰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견적의뢰서를 받아 든 윤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총 금액이 8천만원 정도 되는 계약이었는데 기존의 동일케미칼이 가진 설비로 생산할 수는 있었지만 국제 규격의 금형이 필요로 했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금형을 제작하는데 이미 계약 금액보다 많은 금액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무모해 보일 지 모르는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으로 그는 결론지었다. 비록 아무런 수익은 발생하지 않지만 자사를 믿고Order를 보내온 그들에게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약을 승인하고 제품을 납품했다. 동일케미칼이 첫 수출 실적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점차 새로운 해외 계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은 영국에서 에이전트 7명이 동일케미칼을 방문했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었는 데 계약이 성사되고도 제품을 찾아가지 않기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연락을 했더니 수에즈 운하 측에서 제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공기업이자 가장 수익성이 좋은 SOC 사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에즈 운하 공사는 수에즈 운하에 들어 가는 모든 작은 부품들까지 납품하는 업체를 선정하고 제품을 수입하는 데 관여를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수에즈 운하 측에서 파견된 에이전트들이 동일케미칼의 제품에 대해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일 동안 진행된 세밀한 검증 끝에 수에즈 운하의 납품 관계자들로부터 납품 인증서를 발급받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수에즈 운하의 파트너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계기로 윤 대표의 경영방침은 180도 바뀌었다. 국내 전도가 붙어있던 윤 대표의 집무실에는 이제 아주 큰 세계지도가 자리잡고 있다. 그저 국내에서 제품을 취급하던 동일케미칼은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대표적인 고무방충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인재와 기업을 잇다
기업 운영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윤 대표의 고민이나 관심사 또한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단지 기업을 운영하고 자신만이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고민이 바로 일자리와 청년 실업에 대한 고민이다. 기업체의 대표이자 일자리 고민을 가진 청년층의 자녀를 둔 아버지이기도 한 윤 대표는 최근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와 우수한 중소 기업을 이어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구직자의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실제 근로자들 중 공기업이나 금융권, 대기업에 근무하는 인원은 전체의 15% 이하라고 추산한다. 결국 나머지 85%이상의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분명 우수한 인재도 많고 비전 있는 기업도 많은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결하는 고리가 부족하여 인력은 낭비되고 기업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 윤 대표가 걱정하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학교나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학생들을 기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취업 인증제나 추천제를 통해 지자체나 학교가 다양한 관내 기업들을 조사하고 그 기업들의 현황을 계량화하여 평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계량화란 근무 환경, 연봉, 발전 가능성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 일정 수준 이상의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추천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입장에서는 숨어있지만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숨은 보석들을 찾게 되고 학교가 보증하는 기업이라는 자부심과 안정감을 가지고 입사를 하게 되기 때문에 좀 더 애사심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구직을 앞둔 필자의 입장에서도 일리 있는 방안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용할 수 있는 기관의 인증이나 보증을 받은 기업이라면 학생들도 조금 더 믿음을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일에 임할 수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방안이었다.
기업인의 애국심
최근 정치권과 재벌 기업들 간의 게이트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인들이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큰 전쟁을 겪고 인력만으로 일어선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기업이란 국가의 존망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부의 원천이자 젖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짧은 산업화 기간을 겪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들로 인해 기업윤리 또한 정착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업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좋지 못한 쪽으로 흘러간 것도 사실이다. 기업가 정신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가가 기업을 일구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기업가의 부정적인 축제나 비리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공에 대해서는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기업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경영인들로 인해 많은 경영인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호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일케미칼의 윤대범 대표와 만남을 가지면서 기업인의 애국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큰 성공이나 금전적인 풍요만으로도 얼마든지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를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이 기업을 운영하고 세계 시장에 직접 부딪히면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비록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기업 문화와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제도적, 의식적인 부분이 적지 않겠지만, 이처럼 대한민국의 한 켠에서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애국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부딪히고 이를 개척하려는 수많은 기업가들이 많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